<기고문 > 농작업 안전관리의 중요성과 미래농업의 활성화 기대

-화순군농업기술센터 농작업안전관리자(농업정책학 박사) 이숙재-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재앙으로 전쟁, 천재지변, 빈곤, 그리고 질병을 꼽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류의 탄생 이래 질병 퇴치와 빈곤 극복에 기여해 온 농업의 역할은 매우 지대하다. 농업은 단순히 식량을 생산하는 역할을 넘어, 자연환경의 보전, 사회․문화적 전통 유지를 담당하는 ‘생명산업’으로서 그 가치가 절대적이다.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비생명 산업에 비해 농업의 중요성이 떨어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3년간(2021~2023년)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19.5%에 머물며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최근의 중동 사태를 비롯한 불안정한 국제 정세는 농업 경영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구체적으로 농기계와 시설원예에 필수적인 면세유의 가격 상승,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수송로의 위기로 인한 비료 원료인 요소(38.4% 호르무즈에 의존) 등의 수입 차질과 가격 상승 압박, 그리고 국제 곡물가 및 환율 상승에 따른 사료비 부담 가중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 정부는 국민을 최우선에 두는 국민주권 정부로서 5대 국정 목표 중 ‘생명과 안전이 우선인 사회’와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의료’를 기본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농업․농촌은 농업생산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나머지 농업인의 건강과 안전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특히 국내 4대 사회보장제도 중 농업인의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은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2018년 전체 근로자 1,800만 명 중 농산업자는 0.4%) 따라서 앞으로 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사회보장 정책이 강화되어야 하며, 여기에는 농작업으로 인한 사고와 질환 등 산업재해 발생률을 낮추어 농업인이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촌진흥청은 농업인의 건강과 안전보장을 위해 2026년 ‘농업인안전과’를 신설하고 경기, 충남, 경북, 경남 등 44개 시군에 농작업안전관리자를 농업 현장에 배치하였다. 금년에는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에 따라 전라남도는 화순군(군수 구복규)을 비롯해 해남, 무안, 함평에 각각 2명씩을 배치하여 농업인의 안전한 농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산업 현장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확대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4.1.27.) 중대재해처벌법은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하여 경영 책임자를 중심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이행하고, 이를 위반하여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처벌 가능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화순군농업기술센터는 농작업 안전재해예방 지원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관내 농업인 중 농작업안전관리 취지를 이해하고 신청서를 제출한 농장주(110명)를 시범사업장으로 확정하여 1차 현장 방문을 완료하였다. 본 사업에 참여한 농장은 채소류 42%(토마토 32호, 딸기 11, 파프리카 등), 과수류 52%(복숭아 37호, 블루베리 15, 포도 등), 벼, 버섯 농가로 나타났다.

이들 농가는 대부분 임시직(1개월~1년 미만)과 일용직(1개월 미만)을 고용하고 있으며, 인력난이 심각한 시기에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다수 지원받고 있다. 그중 6개 농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대상에 해당하여 안전재해 예방을 위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 된다.

농업인안전관리자(이하 안전관리자)는 농가를 직접 방문(최소 3회)하여 농작업의 위험성을 평가하고 위험 요인을 찾아내어 더욱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현장 전문가이다. 농장주에 대한 단속이나 처벌 목적이 아니라,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을 수행하며 현장의 위험 요소와 불편 사항에 대한 맞춤형 해결책을 제시한다.

안전관리자가 주로 살피는 분야는 첫째, 작업장․농로 등에서의 넘어짐과 떨어짐 등 물리적 위험 요소를 확인하고 둘째, 경운기, 트랙터, 사다리 등 농기자재의 안전장치 부착과 올바른 사용법을 점검하며 셋째, 작업장의 소음, 분진, 농약 등 농업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을 찾아내며 넷째, 농가별 상황에 맞는 보호구 착용과 예방 수칙 등을 지원한다.

화순군농업기술센터는 지난 4월 29일 농작업 안전컨설팅 참여 농가를 대상으로 외래 강사(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광주광역본부 황경도 차장)를 초빙하여 ‘중대재해처벌법과 농작업안전관리’라는 주제로 교육을 실시했다. 이와 동시에 ‘농업인 안전 365 캠페인’을 전개하며 12종의 안전 물품(농약 방제복, 방독마스크, 온열질환 예방 물품 등)을 지급하여 농업인의 안전관리 강화에 힘썼다.

화순군농업기술센터 최은순 소장은 “이번 교육이 농업 현장에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실천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농장에서 위험성이 예상되면 안전관리자에게 즉시 알려서 위험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하였다.

흔히들 ‘돈과 명예를 잃는 것보다 건강을 잃으면 모두를 잃는 것’이라는 서양 격언을 자주 비유하는데 이는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유, 성취, 관계, 경제적 안전성 등 인간 삶의 요소들이 무의미해진다는 의미이다. 필자는 농촌진흥공무원으로 전라남도농업기술원에서 퇴직하였다. 농기계, 사다리, 전기, 농약 등 각종 사고를 목격하면서 안전의 중요성을 터득(攄得)하였다. 지금도 농업 현장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고를 목격하거나 사례를 들을 때마다 안전관리자의 본분을 상기하면서 근무 자세를 다시 한번 가다듬게 된다. 따라서 화순군 뿐만 아니라 곧 발효될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농업인들이 농작업안전관리를 통해 더욱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영농이 이루어질 때까지 매사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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