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출범했다.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역사적 도전이자 지역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그러나 통합의 기대만큼이나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미래 첨단산업 중심의 성장 전략에 밀려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자 생명산업인 농어업과 농어촌이 정책의 주변부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농어민의 삶과 직결된 정책이 뒷전으로 밀린다면 이번 통합은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도농 간 새로운 양극화를 낳게 될 것이다.
우리 지역은 경지면적 28만 2천 헥타르로 전국의 18.8%를 차지하는 대한민국 최대의 농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논 면적과 친환경농업 인증 비율은 전국 1위이며, 농가수는 177천 호로 전국 두 번째 규모다.
이 수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대한민국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핵심 생산기지임을 보여준다.
농어업은 지역의 한 산업이 아니라 국가의 생명과 미래를 지탱하는 전략산업이다.
하지만 화려한 수치 뒤의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고령농 비율은 73%로 전국 최고 수준이고, 농가 평균 부채는 3,602만 원으로 연간 순수 농업소득 999만 원의 3.6배에 달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환경 변화와 자연재해, 농자재값과 인건비 상승, 어획량 감소까지 겹치면서 농어민들의 삶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동안 농어민들은 낮은 농수산물 가격을 감내하며 도시와 산업의 발전을 묵묵히 뒷받침해 왔지만, 정작 농어촌에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 지역소멸이라는 위기가 남았다.
다행히 국가 정책의 방향은 달라지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농업은 매우 중요한 안보 전략산업”이라며 농업에 대한 공적 지원 확대를 강조했다.
실제 우리나라 농가가 받는 연평균 농업보조금은 519만 원 수준으로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다.
이제 농어업 지원은 단순한 복지나 시혜가 아니라 식량안보와 국가 경쟁력을 위한 전략적 투자라는 인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문제는 통합의 방향이다. 행정통합 과정에서는 효율성을 이유로 사업과 예산을 조정하는 일이 불가피하다.
그 과정에서 농어업이 후순위로 밀리지 않도록 통합 첫해 반드시 추진해야 할 세 가지 과제를 제안한다.
첫째, 기후위기와 가격 폭락에 대응할 초광역 농어업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자연재해와 농수산물 가격 하락으로 농어민이 생계를 위협받는 일이 없도록 주요 농수산물 가격안정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조례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특별법에 규정된 농업·농촌 발전기금을 적극 활용해 기후재난과 가격 폭락, 생산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어민을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 기금은 지역 간 격차 해소와 농업·농촌 발전을 위해 설치되는 만큼 통합의 혜택이 농어촌까지 고르게 이어지는 핵심 정책수단이 되어야 한다. 아울러 광주의 AI 기술과 전남의 농업·수산 데이터를 결합한 재해·가격 예측 시스템을 구축해 기후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농어업 예산을 통합특별시의 핵심 투자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 예산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기준이다. 통합은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위한 것이지 농어업 예산을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통합 이전 전라남도의 순수 농업예산 비중인 13.5%는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 기준이다.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통합의 성과를 농어촌에 돌려 농어업 예산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분명한 정책 의지를 보여야 한다.
셋째, 고령농을 보호하면서 미래 농어업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밭작물 기계화와 자율주행·로봇 농기계 공동이용 사업을 확대해 고령농의 노동 부담을 줄이고, 임대형 스마트팜과 청년농 정착 지원을 강화해 미래 농어업을 이끌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고령농 보호와 청년농 육성은 서로 다른 정책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농어업을 위한 하나의 세대 전환 전략이다.
농어업의 붕괴는 곧 통합특별시의 뿌리가 흔들리는 일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농수산위원회는 농어업이 정책과 예산의 후순위로 밀리지 않도록 끝까지 살피겠다.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연결하고, 농어업이 통합의 소외 대상이 아니라 통합특별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중심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모든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
도시가 농어촌을 품을 때 통합은 비로소 완성된다. 농어업 없는 통합은 성공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