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훈 행안위원장 “혐오는 줄이고, 주민자치는 키운다”…혐오 현수막 규제·주민자치회 법제화

편집국장 김현수

▼ 정당 현수막도 일반 광고물 기준 적용… 주민자치회 20년 만에 본법 명문화

▼ 이제 아무 데나 못 건다… 혐오표현 금지 법안 행안위 통과

신정훈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나주·화순,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27일 전체회의를 열어 정당 현수막 관리 강화를 골자로 한 ‘옥외광고물법 개정안’과 주민자치회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여당 주도로 의결했다. 혐오 표현 난립으로 인한 시민 불편을 줄이고, 20여 년간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돼 온 주민자치회를 본격적인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번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은 그동안 법 적용 예외로 분류됐던 정당 현수막을 일반 옥외광고물과 동일하게 규율하도록 했다. 특히 종교·출신국·지역 등을 이유로 특정 집단을 차별하거나 혐오하는 문구를 금지 광고물로 명시해, 최근 논란이 된 혐오 현수막의 난립을 막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야당은 “현행 옥외광고물법은 2022년 민주당 주도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해 완화된 것”이라며 반대했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은 “3년 전엔 표현의 자유라더니, 이제 와서 혐오 표현과 경관 훼손을 문제 삼는다”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도 “원내외 소수정당들은 현수막 외에 홍보 수단이 없다”며 재논의를 주장했다.

그러나 표결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며 퇴장한 가운데, 범여권 의원 15명이 참여한 표결에서 개정안은 통과됐다. 반대표는 정춘생 의원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두 명이었다.

신정훈 행정안전위원장은 표결을 진행하며 “정치적 표현의 절제된 자유까지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거리에 넘쳐나던 혐오 현수막과 무질서한 난립에 분명한 선을 긋는 조치”라며 환영 입장을 전했다.

같은 날 행안위는 주민자치회를 지방자치법에 명시하는 개정안도 의결했다. 현재 주민자치회는 법적 근거가 없어 ‘주민자치 시범사업’ 형태로만 운영되고 있으며, 21대 국회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당시에도 관련 조항이 빠져 논란이 된 바 있다.

개정안은 △읍·면·동 주민자치회 설치 근거 명시 △일부 사무 위탁 △위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지자체의 행정·재정 지원 △자치회 간 협의체 구성 등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

신 위원장은 “마을의 일, 마을의 예산, 마을의 미래를 주민 스스로 논의하고 결정하는 구조를 더 이상 ‘실험’이 아닌 본격적 지방자치의 한 축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행안위에서는 △대북전단 살포 시 경찰이 직접 제지하거나 해산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한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모욕·명예훼손을 처벌하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 개정안, △3기 진실·화해위원회 출범 근거를 담은 진실·화해 기본법 개정안, △대통령 집무실·관저 인근의 일부 집회를 허용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도 의결됐다.

여야는 대북전단 규제 개정안에서도 충돌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북한 주민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단”이라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실효성 없는 전단에 대한 최소한의 제재 조치”라고 맞섰다. 하지만 개정안은 범여권의 찬성으로 통과했다.

신정훈 위원장은 “두 법안의 상임위 통과는 혐오를 줄이고 품격 있는 정치 문화를 정착시키는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주민자치회 법제화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제도적으로 되살리는 큰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끝까지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